머리가 복잡한 이유와 머리를 비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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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및 뇌과학

머리가 복잡한 이유와 머리를 비우는 법

by 리리의 책과 삶 2022. 11. 11.

도서 리뷰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 (닐스 비르바우머 / 메디치미디어)


1. 뇌는 머리가 텅 비었을 때 활발해진다.

뇌에는 텅 빈 메커니즘이 있다. 연구 결과 뇌는 텅 빈 상태, 특히 몽롱한 상태twilight status’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상태에서 뉴런은 저주파 범위에서 활동하고 시상(視床)은 문을 닫게 되어, 상부 뇌 영역에 도달하는 자극은 적어진다. 그리고 뇌는 이 텅 빈 메커니즘을 좋아하고 즐겨 활성화시킨다. 특히 잠자고 있을 때 활발해진다.

 

텅 빈 메커니즘에서 뇌는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낸다. 뇌파가 마치 부드럽게 물결치는 대양과도 같은 저주파를 만들어내면, 뇌에서 약한 고주파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뇌파가 불쑥 튀어나온다.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어지는 이 상태에서 떠오른다.

 

 

2. 원래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이나니스Homo inanis(텅 빈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텅 빈 상태를 허용하지 않도록 각인돼 있다. 언제가 위험을 감지하고 찾아내려 촉각을 곤두세우는 방어체계 덕분에 인류는 살아남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는 이 방어체계가 활동하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불안, 불신, 슬픔, 기대 등 다양한 생각들이 오간다. 텅 빈 상태에 이르려면 이 방어체계가 평온한 상태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보와 자원이 넘치는 풍요 사회에서 텅 빈 인간이 되기는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금 사회는 구성원을 특정 행동 틀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 틀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실험 결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대부분의 사람은 견디지 못한다. 가만히 있을 때, 자신의 생각이 회전목마처럼 휙휙 지나가는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고 불안과 괴로움을 느꼈다. 어떤 연구에서는 여성이 지루함을 느끼면 남성보다 훨씬 빨리 참을성을 잃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결과도 나왔다.

 

 

3. 왜 끊임없이 자극을 찾는 리모콘 정신상태가 되는 걸까?

뇌 속 자극계의 특성 때문이다.

자극계는 대뇌와 뇌 앞쪽 바닥핵 사이에 있는 것으로, 과거에 긍정적인 보상을 받은 체험을 떠올리도록 몰아간다. 그리고 인간은 행동을 할 때마다 그 행동 대신 무슨 행동을 할 수 있을지, 또는 다음 행동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체험의 지속성을 느끼지 못하고 순간적인 만족만 찾게 되고, 이는 다시 욕망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순간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체험사회는 결과를 중요시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본인이 얻는 결과들을 끌어올리려 애쓴다.

 

우리가 ()선택 사회에 살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다 선택 사회에서 인간은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항상 제공받는다. 뉴미디어가 발달한 덕에 우리는 다양한 채널과 기기를 선택해서 항상 무언가를 이용할 수 있다.

 

 

4. 뇌는 효과를 발휘하고 싶다.’

인간이 텅 빈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것은 사실 뇌의 전형적인 특징때문이다.

뇌는 이미 긍정적으로 평가된, 혹은 부정적인 요소를 없앤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텅 빈 상태가 되면, 뇌는 이 상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는 척도가 아예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차라리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이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한 실험에서, 실험자들을 조용한 방에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있게 하자, 참가자 대부분이 테이블에 놓인 전기 충격기 버튼을 여러 번 누르는 행동을 보였다.)

결과에 몰두하는 결과사회는 다선택 미디어의 영향으로, 우리가 지루함이나 텅 빈 상태를못 견디는 결과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뇌는 효과만 발휘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뇌에서 효과와 기능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서서히 약해지다가 사라지는 현상도 엄연히 존재한다. 효과를 발휘하려는 의지와 마찬가지로, 텅 빈 상태가 되려는 능력 또한 뇌의 엄연한 특성이다.

 

 

5. 텅 빈 상태가 되는 법

뇌가 텅 빈 상태가 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저주파의 특정한 뇌파가 나와야 하고, 뇌의 방어체계가 평온한 상태여야 한다. 감각에 대한 신호가 약해지고 스스로 텅 빈 상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집중할 때만 얻을 수 있다.

 

텅 빈 상태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이완 훈련을 통해 자기수용체 제어하기

자발적인 훈련이나 제이콥슨Jacobson 박사의 긴장이완법 같은 여러 긴장완화 기술은 근육 팽창을 줄여, 자기수용성 감각에서 나오는 다량의 자극을 차단한다.

 

2) 명상으로 섬엽으로부터 벗어나기

자기수용체가 만든 신호는 분석과 해석을 위해 섬엽으로 전달된다. 뇌의 측두엽과 다른 영역으로 덮여있는 섬엽은, 인간의 진화 초기부터 존재했던 부위다. 모든 감각신호는 섬엽에서 가공과 해석 과정을 거친다. 연구 결과 섬엽은 욕망과도 관련이 있어서, 뇌졸중으로 섬엽이 손상되면 담배 중독에서도 벗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통의 감정도 섬엽이 만든다. 배고픔, 호흡곤란, 메스꺼움, 포만감 같은 신체 감각에도 관여하는데, 감각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섬엽은 항상 경계하고 공포심을 느끼라를 신호를 보낸다.

사이코패스가 감정이 무디고 부정적인 현상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은 이 섬엽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뉴로피드백 훈련을 통해서 섬엽에 혈액 공급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사이코패스도 부정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이 원리를 이용해 섬엽의 활성도를 줄이면, 사이코패스처럼 불안과 두려움을 덜 느낄 수 있고 안정적으로 텅 빈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명상이 좋은 예다. 우리는 명상을 하면서 신체 내면의 인지를 저 아래로 치워버리는 훈련을 하여 우리와 세상 간의 경계를 더 이상 느끼지 않는다. 일본 과학자들이 참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뒷뇌섬엽의 활성화가 감소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뒷뇌섬엽은 자기수용성 신호가 보이는 곳이다. ‘의식으로 향하는 문의 역할을 하는 시상의 활성화도 마찬가지로 감소하며, 반면 앞뇌섬엽과 전두대상피질의 활성화는 뚜렷하게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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