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움직임의 뇌과학 (캐럴라인 윌리엄스 / 갤리온)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에디터인 저자 캐럴라인 윌리엄스는 이 책에서 움직임이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신 연구 결과들을 들어 설명한다.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도 많고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 자료들이 풍부해 영감을 많이 얻었다.
원서의 제목은 Move! 즉, ‘움직여라!’였다. 책의 초점이 움직임과 뇌의 기능 사이의 연결성을 밝히는 것이라 한국어 제목이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뇌과학 책들을 관심있게 읽던터라 제목을 보자마자 관심이 갔다.
아래 주요 내용과 느낀 점들을 정리했다.
현대 인간은 나무늘보의 생활방식을 택했다. 하루 평균 70퍼센트는 앉아서 보낸다. 이런 생활방식을 택한 이유는? 편하다. 게다가 기술도 발전해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까딱해도 일이 돌아가는 세상이 열렸다. 심리적인 요인과 기술 발전의 영향이 합쳐져 지금의 우리는 활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생활이 이렇게 변하는 사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위해 진화했다.
우리는 생각의 산물인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 뇌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뇌의 진화 방향은 우리의 움직임과 연결돼 있다. 확률적 사고의 힘에서 저자가 말했듯, 우리 뇌는 15만년전 원시인의 뇌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원시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던 생각 프로세스대로 우리 뇌도 움직인다. 지금도 뇌는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먹이와 보상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다만 위험한 상황과 보상의 종류가 과거와 달라졌을 뿐이다. 전두엽에서 처리한다는 고도의 사고 능력, 즉 감각, 기억, 감정과 앞일을 계획하는 능력 모두 움직이는데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인지와 정서에 관련된 능력들이 심각하게 위협 받는다. 이미 사회적으로 IQ하락, 창의적 아이디어의 고갈, 반사회적 행동 증가, 정신질환의 급속한 확산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사람의 경우 자존감이 낮아지고 친사회적 행동이 감소하며 불안과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책에서는 이에 관한 연구 결과들도 볼 수 있다.
브래키에이션 brachiation
영국 더럼대학교의 진화인류학자 로버트 바턴 Robert Barton 교수가 이론의 토대로 삼는 개념으로, 긴팔원숭이가 나뭇가지를 빠르게 옮겨 잡으며 이동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바꿔 잡을 나뭇가지를 찰나에 계산하는 과정에서 소뇌가 발달한다. 인간도 빠른 움직임을 계산하고 제어하는 능력은 소뇌에 들어있다. 움직임을 통해 소뇌가 발달한다면 미래를 계획하고 사고하는 대뇌의 능력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새로 만들어진 소뇌 뉴런들은 대뇌와 연결되어 있다. 즉, 움직일 때 발달하는 소뇌가 발달할수록 일련의 과정들을 생각하는 사고 능력 역시 발달한다. 진화의 원리인 용불용성(用不用說),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원칙은 뇌에도 적용된다.
인간은 먹이를 찾기 위해 더 멀리 걸어야 하고, 더 힘센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더 나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두 가지 선택압을 기준으로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 결과 두뇌는 활동을 할 때 용량을 늘리도록 세팅되어 있다. 이것이 지금도 앉아서 가만히 있는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하루 활동량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는 현재 살아있는 부족민의 활동량을 참고하면 된다. 탄자니아 원주민 부족의 경우 여성은 하루에 6km, 남성은 11.5km를 걷는다. 뇌의 발달과 움직임이 연결돼 있다는 증거로, 우리는 움직일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다. 엔돌핀이 분비돼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고 지치는 상황에서도 힘을 내 걸을 수 있다.
움직임이 중요한 만큼 휴식 또한 중요하다. 우리 몸은 깊은 수면 상태인 서파 수면 상태에서 청소를 시작한다.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불량 단백질과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제거한다. 렘수면 시 꾸는 꿈은 감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면 시에는 뇌뿐 아니라 몸도 재건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이 성장과 보수 활동을 강화하고 면역 시스템은 면역 세포의 수를 조사해 조정하고 과도한 염증을 억제한다. 이렇게 기능이 명확한 활동임에도 우리는 수면과 휴식을 불필요한 낭비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는 ‘잘 쉬는 기술’을 터득해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잘 쉬는 기술
쉬는 것이 반드시 정적일 필요는 없다. 잠시 걱정을 잊을 수 있고 활동 후에 이완되어 재충전된 기분이 든다면 움직이는 활동도 휴식이다. 등산, 산책, 요가, 악기 연주 등 다양한 활동을 각자 성향에 맞게 휴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연구 결과 사람들의 성향 (외향성인지 내향성인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휴식이라고 꼽은 활동들은 ‘혼자서 하는 활동’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휴식의 핵심으로 보인다.
휴식이 지나쳐도 독이 된다. 얼마나 쉬는 것이 적절한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5-6시간 휴식하고 있었다. 나에게 얼마의 시간이 적절한지는 스스로 파악해야 하므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내적 수용기’를 발달시키는 것, 즉 내부 감각을 인식하는 힘을 길러 정신과 몸이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하여 휴식 신호를 제때 포착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명상이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명상을 할 때는 호흡에 집중하며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에도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현재를 느끼는 감각과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들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개발된다. 책에서는 분당 3회내지 6회로 호흡하는 연습을 해보라 권한다.
이상적인 움직임의 원칙
코어를 키우자
코어 근육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신경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부신 수질과 연결돼 있다. 신장 바로 위에 위차한 부신은 불안감과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아드레날린 분비를 관장하며 척수와 뇌에 신경으로 직접 연결돼 있다. 사람이 가슴을 펴고 몸을 곧추세운 자세에서 자신감을 느끼고 구부정한 자세에서 패배감과 위축된 감정을 느낀다는 심리학 실험 결과들을 보면 코어근육과 바른 자세가 부신에서 비롯된 불안감과 공포감과 연관됨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일어서서 코어와 다리 근육을 계속 쓰는 상태에서 인지 활동의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효과들을 고려한다면 몸통을 지탱하는 중심부인 코어 근육을 발달시키기만 해도 스트레스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코어힘이 약하다면 불안하고 위축된 기분을 느낄 위험이 커진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코로 호흡하자
호흡의 리듬은 뇌로 전달된다. 깊은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면 마인드컨트롤이 가능하다. 단, 마인드컨트롤 효과는 입이 아닌 코로 쉴 때만 나타난다. 입으로 쉬면 코와 뇌 사이 직통라인을 우회하는 것이라 호흡과 뇌파 사이 연결 능력이 감소한다. 의식적으로 깊고 느린 호흡을 하면 공황 발작에도 도움이 되고 정신을 투쟁 도피 상태에서 이완 각성 상태로 변화시켜 준다. 호흡을 이용하면 스트레스에 건강하게 반응하는 신체로 단련시킬 수 있다.
이 밖에도 사람들과 함께 춤추는 움직임의 장점, 무게를 싣는 동작으로 운동할 때의 장점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읽으며 느낀 점은 내 감정 상태와 정신 건강은 신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 적절한 운동과 움직임으로 신체가 강해질수록 사고, 정서 능력 또한 강해진다는 것이다.
나약한 마음이나 불안감이 온전히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하니 감정에도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책 <몸이 먼저다>에서 저자가 한 말이 생각나 여기에 적는다.
몸은 무엇인가? 겉으로 보이는 마음이다. 마음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몸이다. 마음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몸 상태를 알 수 있고, 몸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중략)
몸은 당신이 사는 집이다. 지식이나 영혼도 건강한 몸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무너지면 별 소용이 없다. 집이 망가지면 집은 짐이 된다. 소설가 박완서는 노년에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몸이 곧 당신이다. 몸을 돌보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인 동시에 남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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