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우울할 땐 뇌과학 (앨릭스 코브 / 푸른숲)

뇌의 각 영역이 서로 힘을 모으면 걱정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할 수 있음을 신경과학 지식을 활용해 가르쳐 주는 책이다. 노란색 그림들이 그려진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눈길을 끌어 읽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뇌 과학이 알려주는 방법들을 공부하고 기억해 우울의 늪에 빠졌을 때 건강하게 회복했으면 좋겠다. 저자도 같은 마음에서 이 책을 썼을 것 같다.
뇌 과학 분야가 지금까지 진행했던 연구들을 토대로 보면, 생활에 작은 변화만 일어나도 뇌의 특정 부분의 활동과 화학적 성질이 바뀐다고 한다. 뇌 활동이 불리한 쪽으로 변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질 수 있지만, 반대로 뇌 회로의 다양한 활동을 이용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고 움직이는 방향을 다시 돌릴 수 있다.
우울증은 굉장히 안정적인 상태라 뇌는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계속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우울증은 다양한 뇌 회로 간의 조율과 회로와 세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긴다. 책에서는 이 현상을 마이크와 스피커의 관계로 설명했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특정 위치에 두면 귀를 찢는 듯한 되먹임 소리가 나는데 마이크를 조금만 옮겨 놓으면 소리는 사라진다. 이 때 마이크와 스피커는 둘 다 아무 문제가 없고 각자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다, 뇌와 우울증도 이들과 같다.
책에서는 뇌가 우울증의 하강나선에 붙잡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비롯해 그와 관련된 뇌 회로와 화학물질의 작용을 설명한다. 그리고 생활에 변화를 줘 우울증의 진행 방향을 뒤집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저자가 서문의 말미에 밝힌 이 말이 너무 좋았다.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똑같다는 전제로 해석하는 마음에서 따뜻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뇌 회로를 갖고 있으므로 우울증에 걸렸든, 불안증에 걸렸든, 어딘가 아프든, 그냥 잘 지내고 있든 누구나 똑같은 신경과학을 활용해 자기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
우울증의 신경적 원인은 굉장히 복잡해서 전문가들은 우울증의 원인을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만큼도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정도는 알고 있어서 우울증의 진행 경로를 되돌릴 수는 있다. 뇌와 같은 복잡계 (complex system)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가 때로는 나비효과처럼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뇌의 특성
걱정과 불안은 우울증의 두 가지 큰 증상이자 원인이다. 걱정과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뇌의 특성상 그건 불가능하다.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의사결정을 돕는 뇌 회로들은 위험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걱정과 불안도 일으킨다. 이 부위는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 ‘전전두피질’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예측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계획을 세우는 등 고도의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계획과 걱정은 차이는, 감정 처리의 ‘양’이다. 미래의 시나리오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반응하는가’가 다를 뿐이다. 즉, 계획과 걱정은 모두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하는 활동이지만, 계획은 부정적인 감정 없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영역인 반면 걱정은 부정적인 감정을 이용해 곱씹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걱정의 경우는, 걱정을 하면 기분이 저조해지고 기분이 나빠지고 그러면 이 감정들 때문에 더 걱정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걱정과 불안의 차이
불안은 신경학적으로 걱정과 다르다. 불안하지 않으면서 걱정할 수 있고 걱정하지 않는데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걱정은 전전두피질에서 관여하며 주로 생각과 관련돼 있는 반면, 불안은 변연계에서 관리하며 신체 감각 (복통이나 두통)과 느낌과 관련돼 있다. 한마디로 걱정은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고 불안은 문제를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안과 공포의 차이는?
불안도 공포 회로가 활성화된 결과라는 점에서 둘은 비슷해 보인다. 공포 회로는 우리는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활성화되며, 스트레스 반응을 작동시켜서 상황에 맞서거나 도망치기에 적합한 상태를 만든다. 변연계가 주도하고 편도체와 시상하부가 함께 움직인다. 편도체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시상하부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킨다.
여기서 불안과 공포의 차이는, 잠재적 위협과 실재적 위협의 차이이다.
공포는 현재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인데 반해 불안은 일어날지도 모를 위협에 대한 공포이다. 불안이 항상 의식적 사고 형태인 생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배가 불편하거나 호흡이 짧아지는 등의 신체 감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몸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 때 사실 많은 경우는 신체가 불안을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
우울은 부정 편항이 심한 뇌가 일으키는 문제다.
뇌는 본래 부정적인 일에 더 강렬히 반응하게 만들어졌다. 뇌는 다분히 감정적이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감정적인 성향이 더욱 커진다. 실험 결과 무표정한 사실을 봤을 때 우울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실린 표정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우울증에 걸리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주변 사람들의 태도나 상황들을 부정적으로 해석해 우울증을 더 키울 수 있다.
모든 사람의 뇌가 부정적인 감정에 더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건 맞지만. 특정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반응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즉, 누군가는 특별히 더 부정적인 뇌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부정 편향은 안타깝게도 유전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부모의 자녀들이 유전, 유년기 경험, 학습 등의 이유로 우울증의 겪을 확률이 높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전전두피질이 있다. 의식적으로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생각 습관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반복해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호르몬 작용과 신체 반응 매커니즘을 함께 설명하면서 몇 가지 해결법들도 알려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운동, 결정하기, 수면, 좋은 습관 만들기, 바이오 피드백, 사회적 지지기반 만들기 등이 있다.
행동이나 생각에 한번 흐름이 생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는 쉬워진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어려워 보여도 막상 하나를 해보다 보면 자신감도 붙고 다음 일이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저자의 말처럼 일단, 구두라도 신어보고 싱크대에 있는 접시 하나라도 닦아보는 시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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