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시 칼로리 계산이 의미 없는 이유 - 장내 세균총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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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영양 정보

다이어트 시 칼로리 계산이 의미 없는 이유 - 장내 세균총의 역할

by 리리의 책과 삶 2023. 1. 14.

섭취 칼로리는 의미없다.

가공 식품에는 식품 라벨이 있어서 각각의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있고 열량이 얼마나 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체중을 감량하려고 할 때는 이 열량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몸은 계산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600칼로리를 더 먹었다고 해서 그만큼 살이 찌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표기된 칼로리 자체가 굉장히 부정확하다. 조리된 음식 안에 들어 있는 칼로리를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다. 보통 탄수화물은 1g당 4kcal, 단백질도 1g당 4kcal, 지방은 1g당 9kcal의 열량을 발생시킨다고 알고 있으나, 모든 탄수화물이 같은 에너지를 내는 것은 아니다. 단백질과 지방도 마찬가지다. 몸이 식품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가 소모되며, 얼마나 소모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흡수되는 효율성은 음식, 사람, 장내 미생물에 따라 달라진다.

식품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는 정도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음식이 소화되려면 먼저 장내 효소와 만나야 한다. 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해서 영양소가 흡수되기 때문에, 같은 음식이라도 입자의 크기나 조리 상태에 따라 분해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흡수율도 달라진다. 당연히 생 음식보다는 조리된 음식이 흡수가 쉽고 입자가 작을수록 더 쉽게 분해된다. 당근을 잘라서 먹는 것보다는 갈아서 마시는 것이 칼로리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아몬드 한 알은 170칼로리지만, 소화되지 않는 지방이 있어서 우리는 130칼로리만 실제로 흡수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칼로리 정보는 가공식품에는 보통 잘 맞지만, 자연 식품에서는 차이가 크게 난다.
음식을 조리하면, 에너지를 가두고 소화를 어렵게 하는 세포벽과 구조물이 파괴되어 에너지를 추가로 뽑아낼 수 있다. 이것이 모든 인류 문명에서 조리가 발달했던 이유다. 조리 효과는 전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익힌 통감자에서 얻는 에너지는 생감자의 2배나 되고, 삶아서 으깬 감자에서는 이보다 더 열량을 추출할 수 있다. 달걀흰자도 익히면 소화 가능한 단백질 양이 날달걀보다 50% 증가한다.

장내 세균에 따라 흡수 열량이 달라진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흡수하는 열량이 다르다. 장내 세균 군집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장에는 수십조 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체내 세포 수보다 세균의 수가 더 많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도 우리 장에 무임승차한 세균을 먹여 살린다. 음식을 소화하려면 이들 세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에 상주하는 세균은 의간균류 Bacteroidetes, 후벽균류Firmicutes, 방선균류actinobacteria라는 세 가지 군으로 나뉜다. 이 균들은 음식물이 그냥 배설되지 않게 한다. 특히 의간균은 인간에게 필수영양소지만 몸에서 자체적으로 합성할 수 없는 비타민K를 합성한다. 이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함께 먹지만, 사실 몸에 많은 공헌을 한다. 이들이 없다면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채울 수 없다. 장내 세균은 세포 손상이나 감염에 반응하는 백혈구 세포인 T세포의 초기 숫자에도 영향을 주어, 면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내 세균이 없는 무균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정상쥐보다 사료는 30% 더 먹지만 체지방은 42%가 적었다. 즉 이들은 많이 먹고 덜 찌는 체질이었다. 현대인에게는 꿈만 같은 체질이지만, 식량을 얻기 어려웠던 인류 역사 전반을 보면 이런 체질은 생존에 큰 문제가 된다. 장내 세균은 소화 효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음식에서 추출할 수 있다. 무균 쥐에게 정상 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하면, 정상 쥐보다 더 적게 먹으면서도 2주 만에 체지방이 60%나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장내 세균총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장내 세균총은 살아있는 군집이라 음식, 질병, 항생제 등의 변수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에게 지방과 단백질로만 구성된 식단을 제공하자, 하루 만에 지방 소화액인 담즙에 내성이 있는 의간균류가 증가했고 식물 전분을 소화하는 후벽균류는 감소했다. 통곡물을 먹는 채식 식단을 받은 이들은 반대 효과를 보였다. 이는 육식 동물과 채식 동물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비슷하다. 참가자들이 모두 정상적인 식사를 하자, 이틀 만에 장내 세균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장내 세균은 몸무게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세균은 몸 전체 에너지 경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또 각 세균류의 수는 체중에 따라 달라진다. 렙틴 생성에 문제가 있어 비만이 된 쥐는 날씬한 쥐에 비해 의간균류가 50%적고 후벽균류는 50% 많다. 비만인 사람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인다. 무균 쥐에게 비만 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하면, 날씬한 쥐의 세균을 이식할 때보다 체중이 2배 가까이 늘어난다. 비만인 쥐에게 저지방 저탄수화물 사료를 먹이면 세균 분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이 세균 분포는 감량한 체중이 그대로일 때만 유지된다.
비만인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장내 세균은 음식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추출해서 결과적으로 살을 더 찌운다. 비만인의 장내 세균은 셀룰로스, 자일란, 펙틴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더 쉽게 분해한다. 또 이들은 지방 세포가 지방을 흡수하는 것을 제한하는 '지단백질 지방분해효소' Lipoprotein lipase를 억제해서 결과적으로 지방 저장을 늘리기도 한다. 간과 근육에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덜 사용하게 만들수도 있다. 이 메커니즘은 비만 유발에 특히 중요하다.

체중을 줄이는 장내 세균

장내 세균을 체중 감량에 이용할 방법은 아직 없다. 현재 가능한 한 가지는 아커만시아 무시니필라 Akkermansia muciniphila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균은 위 절제 체중 조절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훨씬 우세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아커만시아 무시니필라를 이식받은 쥐는 고지방 식이를 먹여도 체중이 늘지 않는다. 이 균의 증가는 담즙산과도 연관되어 있다. 체중 감량 수술을 받은 사람은 혈중 담즙산이 매우 증가한다. 담즙산은 지방을 소화하는 효소로, 지방과 당 대사를 조절하는 FXR 수용체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담즙산은 FXR 수용체와 함께 작용하면서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수에 영향을 준다. FXR 수용체가 없는 쥐는 체중 감량 수술을 받고나서도 체중이 원래대로 다시 올라간다.

장내 세균총과 질병

장내 세균총은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내 세균은 어릴 때 면역 체계를 발달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격 대상을 구분하기 위해 '자기'와 '비자기' 를 식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장내 세균총이 달라지면 침입자를 공격하는 면역체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는 체중에 상관없이 장내 세균총과 관련이 있다. 무균 쥐는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을 먹어도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정상 쥐의 세균을 이식하면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이 매우 증가한다. 장내 세균이 혈액으로 포도당이 흡수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세균은 당뇨 병을 유발한다. 이들은 고지방 식이를 먹는 동물에게서 다량의 염증 분자를 생성하는 '지질 다당류'를 만든다. 지방 세포와 전신에 염증이 일어나면 제2형 당뇨병과 비만이 발생한다.
사람마다 장내 세균의 가짓수가 다르다. 장내 세균의 다양성은 비만과 각종 질병 예방에 대단히 중요하다. 장내 세균의 가짓수가 적은 사람은 비만과 대사 증후군을 앓을 확률이 크다. 어떤 사람이 뚱뚱한지 말랐을지 예측할 때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은 정확도가 58%인 반면, 장내 세균 게놈을 검사하는 것은 정확도가 90%에 달한다. 즉, 장내 세균을 검사하면 이 사람의 건강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항생제를 주의하자.

항생제는 장내 세균을 죽일뿐만 아니라, 특정 균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장내 세균 가짓수를 줄이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를 투여받은 동물은 체중이 더 늘어난다. 그리고 후벽균류는 많아지는 반면 의간균류는 줄어들어 비만과 관련된 증상을 보이며 체내 지방 조직도 늘어난다. 이 효과는 특히 생애 초기에 항생제를 투여받을수록 커지며,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생후 첫해에 항생제를 투여받은 아이는 12세 때 과체중이 될 확률이 5배나 높고, 내장 지방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3배나 된다. 이 영향은 여아에게는 미미한 반면, 남아에게서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아이를 키울 때 항생제 사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어릴 때 투여받은 항생제의 영향이 이후 삶에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아동은 18세 이전에 평균 10~20회 항생제를 투여받는데, 그러면 천식이나 알레르기, 염증성 장 질환 위험성이 커지고 비만과 당뇨 위험도 증기한다. 장내 세균은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은 이 세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출처 :
다이어트는 왜 우리는 살찌게 하는가 (샌드라 아모트 / 포레스트북스)
# 도서 리뷰 문의 : haileyn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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