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심리학이 분노에 답하다 (충페이충 / 미디어숲)
분노 뒤에 숨어 있는 6가지 원인 감정
1) 심판
상대방이 나의 기준이나 규칙에 어긋날 때 분노한다. 그럴 때 나는 신의 시각으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화를 낸다. 나는 맞고 상대방이 틀렸으므로 상대방이 변해야 한다. 이것이 분노의 첫 번째 원인 감정이다.
2) 기대
자신의 요구나 기대가 좌절될 때 상대방에게 분노한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 주길 바라고 나의 조력자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나는 화를 낸다. 상대방은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노의 두 번째 원인 감정이다.
3) 자기 요구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향한 요구다.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뿐이다. 잠재의식은 언제나 모두가 자신이 정한 ‘바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여기는데 이는 분노의 세 번째 원인 감정이다.
4) 다른 감정의 연결
분노할 때 그 배후에는 억울함, 두려움, 무력감 등 나약한 감정이 존재한다. 분노는 상대방이 자신의 이런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독여 주길 바란다. 분노를 표출해 타인 역시 자신처럼 억울함, 두려움, 무력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면 타인이 자신의 분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는 상대도 나와 똑같이 무력감을 느껴야 한다는 무의식 또한 들어 있다.
5) 두려움
분노해야 큰 위험을 피한다고 여긴다. 분노의 배후에는 더 심각한 일이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자기를 보호하고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분노한다. 그리고 나와 상대방 모두 나쁜 상황을 불러오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6) 사랑
헌신 때문에 분노할 수도 있다. 사람은 상대를 위해 많은 것을 바친 만큼 상대 역시 내게 많은 것을 바치길 원한다. 상대의 사랑을 얻고 싶어서 내가 먼저 사랑을 바치는 사람은 쉽게 분노한다. 헌신과 보답은 완전한 대응관계를 이루지 않기 때문이다.
2. 분노에 대처하는 4가지 방식
누구나 분노를 경험한다. 분노할 때 우리가 알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분노는 지나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노할 때 무심결에 대처 방법을 고르며, 크게 4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대개는 분노를 억압하거나 표출하지만, 드물게는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거나 분노의 에너지를 다르게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분노에 대처하는 4가지 방식
1) 자기 강요를 통해 분노를 억누른다.
자기 강요는 고정관념을 토대로 화내지 말 것, 감정 관리법과 ‘수용’하는 법을 배워서 성숙한 사람이 될 것 등을 자신에게 설득하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랑한다면 수용해야 한다’, ‘화내지 마라’ 등의 관념을 따른다. 이들은 분노가 참으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부모는 ‘자녀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상담사는 ‘고객에게 화내면 안 된다’고 여기며, 품위를 중시하는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화를 내거나 싸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은 고정관념을 동원해 자신에게 분노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렇게 억누르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도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다.
2) 자기 위안을 통해 분노를 억누른다.
상처를 입었을 때도 분노를 느낀다. 이때 ‘별일 아니야.’라며 스스로 위로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화낼 가치도 없다’거나, ‘참자’, ‘난 상관없어’ 같은 말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노력하기도 한다. 일종의 정신 승리법인 이 방법도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다.
명백히 억울하거나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개의치 말자며 스스로 위안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능동적이라고 여긴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고 내가 신경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같이 생각하면서 한결 나아진 기분을 느낀다.
3) 분노를 아예 부인한다.
자신의 억울한 감정을 소홀히 대한다. 다른 사람 때문에 생긴 억울함을 참고 견디는 데 익숙하다. ‘인생이 원래 그렇지 뭐’ 같은 자조 섞인 말버릇이 있다.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차단한다. 분노를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내면에는 분노가 있다. 평범하고 익숙한 일이라 분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분노를 ‘부인’하면 상처받은 기분을 강렬하게 느끼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분노를 부인하면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유지할 수 있다.
4)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린다.
분노를 느낄 때 이를 잊기 위해 다른 일을 강행해 분노에 대한 주의를 전환한다. 예를 들면, 어떤 일 때문에 분노가 일어나면 회사일 또는 집안일을 하거나 술을 마신다. 화가 나는 순간 다른 일을 이용해 분노를 강하게 끊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주의를 전환해도 분노는 잠재의식 안에 갇혀 있고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3. 분노를 억누르는 이유
억누른다는 것은, 그 순간 자신의 분노를 허락하지 않고 분노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이성을 사용해 자신 안에 가둔다는 의미이다.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분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노를 혐오하거나 잘못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2) 분노를 억누르면 한동안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갈등을 피할 수 있다.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라도 분노를 억눌러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야 안전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분노를 억누르고 다른 사람의 행위를 묵인하면 그가 더 무례하게 행동할 수 있지만, 이는 나중에 걱정할 문제다. 잠재의식 차원에서 일단은 ‘모두에게 좋은 이 순간’이 계속되길 바란다.
3) 분노를 억누르면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이 감정적이고 비전문적으로 보일까봐 걱정하는 사람 역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분노를 억누른다. 참으면 너그럽고 관대하며 감정 조절력이 뛰어나 보이기 때문이다.
4)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데 유리하다.
직장인이라면 우선 분노를 누그러뜨려서 눈 앞에 닥친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 분노를 억눌러 한편에 놓아두고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면 새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5) 분노 억압은 이성을 발휘할 때 나타나는 최종 결과이자 성숙함의 표현이다.
4. 분노를 억누를 때 나타나는 부작용
1) 건강에 해롭다.
분노를 억누르면 분노가 몸 안에 쌓여서 결국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분노가 오랜 시간 몸 안에 머무르면 결국 내 몸을 공격한다. 몸이 분노 감정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내분비 불균형이나 면역 계통 교란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많은 질병이 분노를 과도하게 억누르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 활력이 떨어진다.
분노를 억누르면 공격성도 억눌린다. 오랫동안 자신의 공격성을 억누른 사람들은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삶에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활기를 잃는다. 분노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몸은 에너지 소모를 줄여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울을 선택한다. 우울은 오랜 시간 억압한 분노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3)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쉽다.
활기가 없으면 만만하고 호락호락해 보인다. 오랜 시간 분노를 표현하지 못한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다가 손해를 입기도 한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노를 활용하지 못하면 약하고 상대하기 쉬운 사람으로 여겨져 무시당한다.
4) 관계를 망친다.
당장은 분노를 억눌러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분노를 너무 오래 참으면 자연스레 관계가 불편해진다. 불편한 감정이 너무 많이 쌓이면 그 관계를 끝내거나 상대방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따라서 어떤 관계든 분노를 계속 참으면 스스로 언젠가는 관계가 끝나리라 생각하고, 결국은 그렇게 된다.
5. 자기 가치감 self-worth를 획득하기 위한 분노
‘가치감’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심리적 욕구 중 하나다. 진화의 관점에서 봐도 사랑을 많이 받고 가치를 인정받는 사람은 좋은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해 그만큼 생존에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보다 우수한 사람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스스로 결점이 많다고 생각할 때 불안하고 고통스러워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치감을 경험해야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에너지가 솟구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인 기준은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분노하기
분노를 표출해 상대방을 지적하면 자신의 장점을 그만큼 부각시킬 수 있다. 상대의 단점을 경멸할수록 자신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 가령 누군가에게 새치기한다고 욕을 하면, 자신은 줄을 잘 서는 교양있는 사람이라는 우월감을 동시에 느낀다.
분노에는 쾌감도 있다. 분노는 겉으로는 괴로운 감정처럼 보여도, 비난하는 사람은 매우 흥분한 상태가 되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도와 에너지가 높아진다. 분노할 때 표층 언어는 ‘당신은 너무 부족해’이지만 심층 언어는 ‘이토록 훌륭한 나와는 다르군’이다.
분노하기 안전한 관계를 찾기
그래서 분노를 통해 가치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마음 놓고 비난할 수 있는 상대를 무심결에 찾는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음의 행동 패턴을 반복한다.
1) 부족한 사람과 함께 있기
2) 타인의 부족한 면을 발견하기
이들이 만약 자신보다 우월하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자신이 버림받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반면에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을 찾으면 상대를 대놓고 미워하고 비난하면서도 안전함을 느껴서 ‘나보다 못한 사람이니까 내가 버릴 수는 있어도 나를 버리지는 못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배우자로 택하더라도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고 나보다 뛰어난 점과 부족한 점이 모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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