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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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및 뇌과학

생체리듬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

by 리리의 책과 삶 2022. 10. 30.

도서 리뷰

생체리듬의 과학 (사친판다 / 세종서적)


1. 뇌 기능 이상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뇌 기능이 이상이 생긴 때를 알아차리기는 굉장히 어렵다. 인간은 결함을 보완하는 능력이 있어서 행동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흔히 정상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보통 뇌 기능장애가 발생하면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이를 먼저 알아차리게 된다. 기능장애가 진행되면 환자는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친구도 거의 없이 외톨이로 남게 되며,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신 건강을 챙기는 일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을 챙기는 일이다. 여기서 뇌 기능 이상은 우울증, 불안장애,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강박 장애 (OCD) 등을 말한다.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헌팅턴병, 다발성 경화증, 루게릭병ALS(근위축 측삭경화증) 같은 뇌 관련 질환도 있다. 현재 이 질환들은 명확한 치료법이 없다. 유전자와 돌연변이와 관련된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으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생긴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는 우울증, 불안, 강박 같은 뇌 기능 장애도 마찬가지다. 연구를 통해 보자면, 생체리듬을 유지하면 이런 뇌 질환에 대한 회복력이 생긴다.

 

 

2. 뇌에 작용하는 생체리듬의 역할

모든 뇌 영역에는 각각 저마다의 생체시계가 있다. 신경정신병학적 질환과 관련된 영역도 마찬가지다. 뇌 기능장애의 원인과 발생 과정이 완벽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질환에 작용하는 생체시계의 메커니즘은 크게 4 가지로 다음과 같다.

 

1) 건강한 뉴런의 생성을 조절한다.

손상되거나 죽은 뇌세포를 대체할 건강한 뇌세포와 뉴런이 제대로 생성되지 못하면 건강한 뉴런이 점차 줄어든다. 전에는 아동기의 뇌 발달 단계를 지나면 더 이상 뉴런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년 전 프레드 게이지Fred Gage 박사가 성인의 뇌 신경이 계속 발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에는 특별한 줄기세포가 있어서 일생에 걸쳐 새로운 뉴런을 생산한다. 새 뉴런은 성체 신경발생adult neurogenesis이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 손상되거나 죽은 뉴런을 대체한다. 나이가 들어도 뇌 기능을 적절히 유지하려면 이 재생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신경발생 능력이 감퇴하면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에서부터 치매에 이르기까지 뇌 건강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생체 시계는 성체 신경발생을 조절한다. 줄기세포는 새 뉴런을 만드는데 필요한 적절하고 건강한 지방 분자를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새 뉴런에 전달한다. 식습관과 생체리듬이 잘 맞는다면 건강한 뉴런이 더 많이 생성된다. 반대로 시차증을 겪는 여행을 하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당일에 생성되는 뉴런의 수가 줄어든다.

 

2) 뉴런의 연결이 잘못돼 뇌 영역 사이에 의사소통 오류가 발생한다.

인간이 태어날 때 뇌의 연결망은 미완성 상태다. , 영역 간에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이 연결망은 생후 5년에 걸쳐 서서히 발달한다. 이 과정에서 뉴런 사이의 의사소통을 조절하는 뇌 속 화학물질을 담는 틀도 생성된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 발달기 동안 수면기상, 어둠 주기는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 낮에 빛이 너무 적거나 밤에 빛이 너무 많은 등 빛의 양이 적절하지 못하거나 수면-기상 주기가 불규칙하면 수면 패턴이 영구적으로 변하거나, 빛에 과민해지거나, 심지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또는 자폐 범주성 장애ASD와 같은 질병도 생길 수 있다. 밝은 빛을 너무 과하게 쐬면 빛으로 인한 두통도 생긴다.

 

3) 뇌 세포 손상이 축적되고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신경 세포가 죽는다.

생체시계는 신경 세포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유전자들의 활동을 조절하고 신경 세포의 복구를 촉진해서 신경 세포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뇌에 있는 여러 생체시계 중 하나가 교란되면, 이 시계와 관련된 신경 세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손상되거나 죽는다. 그래서 교란된 시계가 있는 뇌에는 빗나간 연결망이 많다. 이 경로로 분비돼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불발된 화학물질들은 뇌에 더 많은 손상을 유발해 자폐증, ADHD, 우울증,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중증 편두통, 간질, 발작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4) 뇌에 화학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뉴런은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뇌 속 화학물질을 만든다.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감마아미노낙산GABA 등의 신경전달물질은 신경 세포들 사이에 연락을 담당하는 메신저다. 이들은 생체시계의 통제를 받으면서 뇌 기능을 다양하게 조절한다. 정신을 맑게 하거나 활발하게 만들고, 차분해지게 만들기도 하며, 동기 부여나 보상에 반응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각 물질이 작용하는 시간대 별로 마음 상태가 달라진다. 시계가 교란되면 매일 일어나는 뇌 속의 화학물질 생산 리듬에 타이밍 오류가 발생하거나, 속도가 높거나 낮은 수준으로 고정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뇌 질환이 발생한다.

 

 

3. 빛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

빛 부족은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 6시간 밖에 해가 비치지 않을 때 겪는 계절성 정서장애 SAD 역시 우울증의 한 형태로, 피로, 절망감, 사회적 위축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SAD에 특히 취약한 사람은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윈터 블루스’, 겨울 우울증을 앓는다. 이 질환은 북유럽 국가에서 흔하며, 일반적으로 적도에서 위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아진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청소년기에 빛의 주기를 부자연스럽게 변형시키면 그 영향이 평생 지속됐다. 이는 시교차 상핵 SCN에 있는 뇌 시계가 재설계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SCN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 화학물질 GABA를 생성하기 때문에 불안과 흥분 조절 능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4. 수면 교란이 미치는 영향

모든 신경 질환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불안장애, 양극성 장애 등 많은 정신 질환이 수면 교란과 관련이 있다. 때문에 뇌 건강상의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면 문제를 챙기는 것이 필수적이다.

밤에 빛에 많이 노출되면 수면이 줄어든다. 그런데 손상된 세포 단백질 정화작업은 밤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잠을 많이 자면 자연히 뇌에서 노폐물을 청소하고 복구할 시간이 더 많아진다. 수면은 또 다른 방식으로도 뇌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뇌 림프계brain lymphatic system라는 특별한 노폐물 배출 시스템은 잠을 자는 동안 작동하여 뇌에 쌓인 대사 노폐물을 제거해준다. 수면은 이 과정을 60%나 증폭시킨다. 따라서 낮 동안 아무리 좋은 생활습관을 가졌건,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뇌에 쌓인 모든 노폐물을 제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뇌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수면이 부족하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렇게 오류가 있는 단백질들이 쌓이면 뇌세포를 죽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치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수면 부족은 쥐들의 기억력을 손상하고 알츠하이머의 특징인 플라크와 단백질 엉킴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5.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아침에 강하게 분비되고 저녁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해 수면을 돕는다. 건강한 생체시계를 가졌다면, 스트레스를 순간적으로 받더라도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만약 스트레스 호르몬을 멈추지 못해 저녁에도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 지속된다면 스트레스-반응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면 생체시계가 압도돼 더 이상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러면 저녁에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들뜬 상태가 이어진다. 자칫 이 상황을 생산성이 늘어나 좋다고 여길 수 있지만, 밤에 에너지가 올라간 상태가 지속되면 불안장애로 이어진다. 우울증도 나타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면 새로운 뉴런의 생성이 감소하고 손상된 뉴런의 수는 늘어난다. 그러면 결국 우울증이 생기고 고령자는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도 함께 생긴다. 우울증이 있으면서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보이거나 잠을 적게 자는 사람들은 서서히 정신병으로 진행되는 조증을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 조증은 수면 부족 상태에서 시차가 많이 나는 장거리 해외 여행을 할 때에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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