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뇌를 조종하는 생존 전략이다.
인류의 신체와 뇌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살아남아 유전자를 후세에 퍼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진화해왔다. 동물마다 진화 과정에서 터득한 생존 전략은 각기 다르다. 인간의 경우는 감정이 대표적인 생존 전략이다. 감정은 상황에 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강력하게 대처하도록 돕는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정보가 부족하거나 결정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뇌가 빠르게 계산해 감정의 형태로 답을 제시한다.
진화의 특성상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우세하다. 인류의 선조가 처한 환경에서는 기회보다 위험이 많았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위협’을 느끼는 상황과 관련돼 있다. 위험은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미룰 수 없다. 부정적인 감정의 주된 원천은 스트레스다. 위험에 맞서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에는 HPA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다.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HPA축)의 특징
1)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 HPA축은 우리 선조와 비교했을 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스트레스가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관리하는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은 그대로다. 뇌가 오랫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투쟁-도피 상태에 놓여있는 뇌는 싸우거나 달아나는 것만을 생각하며 다른 문제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스트레스’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사실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가 꼭 필요하다. 단기간의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이고 사고 기능을 예리하게 만든다.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은 우리가 활동적으로 생활하는 데도 필요하다. 동물 실험 결과, HPA축이 제거된 동물은 만사에 심드렁하고 먹는 것조차 관심이 없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이성을 예리하게 만들어 주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나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에서 이성과 고도의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감정에 치우친 원초적인 뇌 편도체에 의지하게 만든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는 싸우거나 달아나는 것만 생각하며 문제를 정교하게 볼 기회를 놓친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려고만 하며 문제에 지나치게 반응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우리는 잘 지낸다는 느낌이 들어야 경계심을 낮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위협을 느끼는 뇌는 경계심이 높아 기분이 자주 나빠진다. 또 기억을 형성하는 해마 부위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기억력도 감퇴한다.
2) 불안
불안도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HPA축에서 만들어진다. 투쟁-도피 반응은 불안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동일하게 일어난다. 차이가 있다면, 스트레스는 실제로 위협이 되는 어떤 것에 대한 반응이고, 불안은 위협일 될지도 모르는 어떤 것에 대한 반응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지만, 이 지적 능력 때문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 뇌는 진짜 위협과 상상한 위협을 구분하지 못한다.
항상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늘 작동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협이 나타나면 바로 행동에 옮기기 위해 대기 중인 상태와 같아서 몸은 늘 움직이려고 한다. 이로 인해 주의력 결핍 장애, 안절부절 못하는 초조함, 피로, 소화불량, 식은땀, 구역질 등이 나타난다.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생존 전략 – 우울증
우울증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장기적인 스트레스다. 굶주리거나 포식자를 마주친 상황에서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작동했던 선조와 달리 현대인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뇌는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느낀다. 선조가 느끼던 감각은 우리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곳곳에 위험이 산재해 있다고 인식하면 그 자리에서 도망치라는 명령이 감정을 통해서 나타난다. 즉, 우울감을 느끼게 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도록 조종한다.
우울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인간은 위험과 갈등을 피하고 감염 질환을 극복하고 음식이 부족한 세상에서 생존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 많은 사람이 지금도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이유는 이것들이 그동안 인간의 생존을 도왔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 수면, 기분, 성욕보다 투쟁-도피 반응을 더 우선시한다. 따라서 수면 장애, 복통, 감염에 대한 민감도 상승, 이갈이, 단기 기억력 감퇴, 초조함 등의 형태로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스트레스 신호로 연결지어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된다. 우울증을 비롯해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는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쉽다. 스트레스 증상은 신이 선물한 경고 깃발이다. 늦기 전에 이를 알아차리고 해결하자.
출처 : 인스타 브레인 (안데르스 한센 /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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